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온열 사랑방/살 맛 나는 이야기

신 전원일기- 십센티는 필요해/최송희

불루베리에 비료를 줄 때가 되었습니다.
깻묵으로 만든 유박비료를 줘야하는데 몇 백 그루 되는 나무에다 한꺼번에 다 주기는 어려운 일이어서 며칠 나누어서 주기로 했습니다.

호미로 불루베리 나무 둘레를 판 다음 비료를 뿌려줍니다.
겨울에 나무가 얼지 말라고 잣 껍질을 잔뜩 덮어주었기에 호미로 좀 파줘야 유박 성분이 잘 스며들 수 있습니다.

비료는 나무에 바로 뿌려주면 안되고 약 십 센티 쯤 띄어서 둘레에 둥그렇게 뿌려주면 됩니다. 비료가 나무에 바로 닿으면 오히려 부작용이 날 수 있어서 거리를 두게 하는 겁니다.

다른 작물들도 비료를 작물에 바로 닿게 뿌리지는 않습니다.
아무리 좋은 비료라도 흙을 통해 스며들어야 부작용 없이 영양제가 될 수 있는 겁니다.

목장에서 말씀으로 권면할 때도 어린 나무 같은 지체들에게 직사포로 뿌리듯이 주면 화를 내거나 상처 받아 목장을 안 나오는 부작용이 생기기도 합니다.
정말 그 지체에게 약이 되는 처방이라도 공감과 위로의 흙을 통해 영양분이 가게해야 부드럽게 받아들입니다.

그리고 사실을 지적하는 게 꼭 좋은 건 아닌 것 같습니다.
기미가 많은 어떤 분에게 누군가가 얼굴이 왜 그렇게 썩었냐고 했는데 지금도 그 말을 아프게 기억하며 살고 있습니다.

남편이 바람나 교회에 왔는데 대뜸 집사님이 이러고 저러니까 남편이 바람났지 라고 말하는 건 상처에 소금 뿌리는 겁니다.
같은 말이라도 십 센티 띄어서 말하면 오히려 직사포보다 더 효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.

늙은 나무들은 이러나 저러나 큰 탈이 없지만 어린 나무일수록 십 센티는 꼭 필요합니다.

 

*출처: 우리들교회 자유나눔  home.woori.cc